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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일지] 기획서를 쓴다는건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허스크 2024. 5. 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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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진행 중인 게임 개발

현재 개발 진행중인 게임

 

회사에 입사한 후 수습도 지나고 정규 업무들도 생기고 사회인 개발자가 된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게 되었습니다. 취준생 시절의 당연한 목표인 취업을 완료한 후 저는 이후의 목표, '게임 개발'을 시간 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들어보고 싶던 RPG 장르에 '카드'를 섞어 덱빌딩 RPG를 제작하고 있는 현 상황. 평일에는 퇴근 후 1시간 정도, 주말에는 2-3 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시작 된 것은 24년 초, 하지만 현 5월 시점에서는 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기반을 계속 다져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일에서의 개발 시간이 취준생때와는 달라진 것이 느린 속도의 원인이겠습니다.

 

나름대로 노션 정리해서 수행한 백로그들을 기록하고 코드리뷰는 아직이지만 나름대로 좋은 구조를 생각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와중. 회사에서의 개발과 확연히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 지금까지 기획서를 한번도 안 썼네?'

 

 

기획서는 왜 필요한가

1인 개발을 하면서 기획서를 쓰지 않은 이유는 당연합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죠. 타 개발자는 물론 현재 아트 자원도 신경 쓰지 않는 현시점에서 기획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적은 현 개발 시간을 줄이고 기획서를 쓰겠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개발자인 '나'를 위해 기획자인 '나'는 정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1인 개발을 계속 지속할 것인가입니다. 본인의 미술적 재능은 안타깝게도 전무한 상태. 심지어 현시점에 생각하는 게임은 과거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가 될 예정. 이런 장르는 언리얼 마켓플레이스에서 리소스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기획서 등의 문서를 통해 현재 게임이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의 게임인지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혹여나 팀원이 이후 추가되었을 때 게임의 분위기, 콘셉트, 기능 등을 계속 구두로 이야기 하거나 현재 아주 간단히 적고 있는 개발 백로그로는 전달이 어림도 없기 때문이죠. 이건 개발자 입장에서도 보기 싫거든요.

이건 순수히 저를 위한 기록이지 협업을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는 무언가입니다

 

이토록 게임을 계속해서 1인 개발로 가져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니 꼭 기획서 등의 문서로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컨셉 기획서 같은 건 본 적 없는, 회사에서도 주니어 of 주니어 개발자가 기획의 업무를 넘보게 되는 시점입니다.

 

 

개발자는 문서를 싫어한다

소프트웨어 공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개발자들은 문서화를 싫어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서화는 본인이 개발한 것을 정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드에 주석을 달거나 위키에 기능을 정리하는 것들을 의미하죠.

 

하지만 기획서는 개발자의 문서화, 책에서 이야기하는 문서화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건 기획자의 일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개발을 하면서 적는 문서라고는 위키 정도밖에 없어서 그런지 이런 기획서를 쓴다는 것에 벌써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나름 이전 게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그리고 현재 블로그까지 글을 써 온 저로서 사실 이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인 개발을 하면서, 본인의 정체성을 '개발자'에 더 가까이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현시점, 카드 게임에서 배틀 흐름이 완성될 때까지 아무 문서도 적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론 여기 문서에서는 개발 위키도 포함이 되었습니다. 추후 개발자는 없을 거라는 무의식의 선언인 것인지, 개발된 내용에 대해서도 문서화를 거의 해두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혹시 모를 동료를 위해, 이후의 저를 위해 문서화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약간의 고민이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획서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기획자의 본인과 개발자의 본인만 있을 때 기획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 없이 개발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현시점은 빠르게 프로토타입금 결과물이 나와야 하기에 기획서 유무를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판단인 것이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것이 팀원을 늘리지 않고 가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추후 등장할 동료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합니다. 때문에 이를 위한 역기획서를 작성할 생각입니다. 개발을 위한 기획서가 아닌 개발된 것에 대한 설명 문서입니다.

 

현업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변경이 많은 경우 기획서가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개발된 부분에 따라가서 기획서들이 변경되기도 하죠. 물론 그 과정은 구두나 메일 등의 다른 문서들로 이어지게 됩니다. 현재 제 게임도 이와 비슷하게 변경이 많은 상태의 게임에 속하니 이처럼 개발이 된 후 기획서를 맞춰가겠다는 뜻입니다. 결국 기획이냐 개발이냐에서 개발을 더 중요시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1인 개발을 계속 진행하다 기획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이 생각을 풀어봤습니다. 이처럼 회사에서는 개발자, 집에서는 게임 개발자가 되어 개발을 하다 보니 관점의 차이를 느끼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생각들이 정리될 때 간략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개발일기와는 다르게 이런 방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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